복막염이 꽤 오랜시간 방치되어 염증수치가 30이 나오는 등 예후가 좋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학병원에서 복막염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수술과 10박 11일의 입원 회복 기간중에 간호사분과 집도하신 주치의 선생님께 여러가지로 번거롭게 해드린 것에 정말 죄송했고, 퇴원일까지 많은 신경을 써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며 후기를 올려본다.
글쓴이가 복막염에 진단 된 이후 수술과 치료 회복 과정 그리고 수반되는 여러 통증에 대해서 최대한 자세하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복막염 환자분들과 보호자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이 글로 처음 유입이 되었다면, 아래의 버튼을 통해서 글쓴이의 복막염이 진단 된 과정에 대한 이전 이야기를 먼저 읽어본 후 이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복막염 수술 진행
복막염 수술은 피검사, 심전도, 복부 CT와 같은 여러 검사들을 마치고 1시간정도 대기 후 오후 6시경에 진행되었다. 내가 간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은 대구 중구에 있는 경북대학교 본원에 비해 대장항문외과 교수님들이 많이 근무하고 계셨고, 내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라 수요일 저녁에 수술이 가능했던 것 같다.
수술실의 모습은 누워 있는 상태였지만, 매우 넓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시설도 굉장히 놀라웠는데, 수술대 조명 옆에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대형 모니터가 2~3대 보였고, 그 모니터 화면에서는 수술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상태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러 간호사 분들의 얼굴이 간헐적으로 비춰졌다. 이 모습이 매우 의아했는데 복강경 장비를 통해서 송출되어 비춰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수술에 대한 기억은 이렇게 전신 마취 전만 기억나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수술이 끝나고 난 뒤였다. 수술이 끝나고 곧바로 병실로 옮겨지게 되었는데, 보호자인 어머니로부터 복막염 수술에 대한 여러 내용을 들었다. 일단은 수술시간이 2시간 15분 정도로 꽤 까다로운 수술이었던 것 같다.
앞의 글에서 언급 했듯이 내 복강의 상태는 고름이 떡이 져 있을 정도로 염증 상태가 매우 심각했고, 혈중 염증수치(CRP)도 30에 달했다.
추가로 내 수술에 대한 정보를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 처음에 구멍만 뚫는 복강경 수술을 목표로 진행하였으나, 복부 지방층이 두꺼워 하복부 배꼽아래 부분은 절개 방식으로 수술 진행. (복강경의 구멍만으로는 충수돌기 빼내는데 어려움이 있었음)
- 소장이 정상의 3배정도 부어있었음.
- 수술 전후로 배가 상당히 부풀어 올라 있었음. (소장 붓기 + 장기내 가스 정체가 이유일 듯)
- 수술진행시 복강내 여유공간이 2cm정도로 매우 좁았다고 말씀하심. (복부 지방층, 부어있는 장기 때문에)
- 수술 전에 5%내외의 대장 절제 가능성을 언급 하셨지만 다행스럽게도 절제는 하지 않았음.
수술 시점이 안타깝게도 내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을 시점이었고, 복막염이 진행된지 상당히 오랜시간이 흐른 후에 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주치의 선생님이 복강내의 여유공간이 매우 좁아 수술을 진행하는데 까다로웠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평범한 복막염 수술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었다.
복막염 치료 과정
다시 시작된 복부 통증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옮겨진 시점이 밤 9시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4인실로 배정되었는데, 보통 9시부터 취침시간으로 병실의 불을 끄고 잠을 자는데 나는 이 시간부터 수술 이후의 복부 통증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통증을 견디기 시작했다.
간호사분이 오셔서 새벽 4시까지는 절대 취침하면 안되고 숨을 크게 들이쉬는 연습을 계속하라고 말씀하셨는데, 통증때문에 잠을 잘 여유도 없거니와, 숨을 크게 들이쉬는 연습조차하는 것이 너무 버거웠다.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한순간에 몰려오는 통증으로 링거 진통제를 계속 요청 드렸고, 맞아도 참기힘든 통증이 몰려와서 추후에는 마약성 진통제까지 맞고 겨우 진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진통제로도 상복부에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은 전혀 없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수면을 거의 못하고 밤새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아침을 맞이했다.
당시에 통증이 너무 극심했던 터라 나도 모르게 계속 앓는소리를 크게 내게 되었고, 당시에 다른 환자분도 두 분 계셨었는데 밤중에 민폐를 끼쳐드렸다.
내가 겪어본 통증의 종류
상복부 통증때문에 매우 힘들었지만, 수술 이후 입원실 침상에서 한동안 나를 괴롭혔던 통증은 아래와 같다
- 몸이 타는 것 같은 열감과 오한이 한번에 몰아치는 증상 : 전신이 너무 뜨거워서 몸이 폭발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막상 체온을 재면 정상 체온으로 나오고, 선풍기를 틀면 온몸이 뜨거우면서도 춥게 느껴지는 통증이다. 입원중에 간헐적으로 자주 증상이 발생되었고, 2번정도는 매우 심하게 왔는데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통증이었다.
- 주기적으로 온몸에 열감이 생겨서 땀범벅이 됨 : 배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고, 한창 염증수치가 높을때 항생제 치료를 진행하면서 겪었는데, 서늘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선풍기를 세게 틀지 않으면 잠을 못 잘 정도로 땀이 많이 났다.
- 방광부터 고환 항문에 이르는 부위가 뽑힐 것 같은 증상 : 이 통증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각 부위 내부를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 또는 칼로 후비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더이상 몸에서 나갈 것이 없을때 나오는 증상이라는 답변을 받음.) 누워있을때도 간헐적으로 증상이 발생하고, 서서 움직일때도 발생했다.
- 절개부위에 대한 통증 : 충수돌기 절개부위쪽이 가장 아팠음. 위의 뽑힐 것 같은 증상과 연계해서 발생해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졌음.
- 항상 부풀어 있는 복부, 상복부를 포함한 복부 전반의 통증 : 복부는 입원기간 중 대부분 많이 부풀어 있었고, 상복부 통증을 기준으로 복부 전체에 통증이 몰려왔다. 장이 멈춰 있고, 장 속 노폐물이 정체되고 나가지 못해서 통증이 발생되는 느낌이었다. 화장실에 가기위해 상체를 일으켜 침상에 잠깐 앉을때 특히 상복부 쪽 통증이 어마어마하게 몰려왔다.
- 쉽게 숨이 차는 증상 : 전신마취 수술 이후에 폐가 수축 또는 부풀어 오른 배의 영향으로 평지를 천천히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 증상이 있음.
위와 같은 통증이 수술 후 최소 4~5일간 나를 엄청 괴롭혔고, 정상적인 취침을 하지 못하게 했다. 특히 몸이 타는 것 같은 열감과 오한은 긴급하게 간호사분과 주치의 호출을 몇 번이나 했을 정도로 통증의 강도가 매우 심했다. (게시된 통증 상황판의 통증 범위가 1~10이라고 하면 9~10을 말했을 정도로 감당하지 못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리고 입원 기간 중에 복부가 항상 부풀어 있다보니, 근무 교대를 한 간호사분들마다 내 복부를 확인하고는 “원래부터 복부가 볼록한 편이었나요?” 라는 식으로 많이 언급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갑작스런 발작과 코줄 처방
수술 이후 2~3일차로 기억하는데 갑작스런 열감과 오한과 더불어 부풀어 오른 복부에 감당하기 어려운 통증까지 한번에 나에게 몰려왔다. 당시에 고통이 너무나 극심했던 터라 계속적으로 마약성 진통제 요청을 드렸지만, 4시간 주기로 맞아야 하는 원칙이 있어 더이상 맞는 것이 불가능했고, 패닉 상태가 되어 수술을 집도한 의사 선생님까지 호출되는 상황까지 발생되었다.
그 이후에 어떻게 몸이 진정되고 주치의 선생님은 코줄(엘튜브)의 사용을 처방하셨고, 결정을 하는데 매우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진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코줄을 코에 넣는 과정에서 구역질이 너무 많이 나고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코줄을 설치(?)한 이후에도 발생한 계속적인 구역질과 코 내부에 관이 꺾이는 부분에서 생긴 통증이었고 금방이라도 내 손으로 코줄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렵게 기계를 작동하기 시작했고, 코줄을 통해서 노폐물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어떻게든 인내하고 참았던 것 같다. 노폐물은 노란색을 띄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초록색에 가까운 물질이 올라왔다.
코줄은 비강내 통증으로 그렇게 오래하지 못했지만, 간호사분이 꽤 많은 양이 올라온 편이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이 덕분인지 복부가 부푼 느낌이 조금 사그라들었고, 발작과 관련된 통증도 조금 개선되었다. 본래는 최소 다음날까지 코줄을 하는 것으로 예정되어있었지만 비강내 통증으로 도저히 못하겠다고 간호사분께 말씀드린 찰나, 담당 주치의님이 오셔서 증상이 조금 개선된 것을 확인하신 후 합의? 끝에 해체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코줄을 했던 과정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다시는 못할 것 같다. 그 만큼 모든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6일차 첫 가스 배출. 그러나..
수술 이후 간호사 분들이 주기적으로 방구가 나왔는지 물어보셨다. 처음에는 아직 수술초기이니 조금 기다려보면 나오겠지 했지만, 계속 부풀어 있는 복부와 통증을 느끼면서 입원 4일차부터 점점 가스와 노폐물을 배출하지 못하게 되는 장폐색에 대한 위기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간호사분의 권유대로 복부와 절개부위에 대한 통증이 심했지만, 수술 2일차부터 저녁시간을 활용해 1층과 지하 1층의 넓은 공간에서 조금씩 걷는 운동을 시작했고, 6일차가 되었을 때는 진통제로 컨디션이 잠깐 좋았던 틈을 활용해 새벽에 내가 있던 9층의 로비를 50번넘게 돌면서 최대한 빨리 가스가 나오길 빌었다.
다행히도 오전에 가스가 소량 나왔고, 곧이어 화장실 신호도 오게 되어, 첫 배변을 볼 수 있었다. 첫 배변은 그냥 짙은 초록색을 띄는 담즙이라는 소화효소를 뱉는 느낌이었다. 배변을 했지만 시원한 느낌은 전혀없었고, 그때부터 계속된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계속된 설사와 복통
첫 배변을 한 이 후, 계속적으로 신호가 왔다. 그때마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 들어갔지만, 정상적인 장 운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정말 찔끔찔끔 소화효소를 뱉어내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모두가 취침에 들어가는 야간에 정말 힘들었는데, 짧게는 2분도 안되어 다시 신호가 왔고, 아픈 배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 화장실을 오고 가는 반복 행위를 수도 없이 했던 것 같다.
복통과 설사 증상으로 잠을 전혀 잘 수 없었고, 그렇다고 이 것 때문에 기저귀를 차고 있을 수도 없었기에 밤중에 정말 심신이 지칠정도로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렸다. (야간 기준 30번 넘게 화장실을 들어갔다..)
첫 죽 식사와 두번째 발작
오전에 담당 주치의 선생님이 회진을 오셨을 때, 첫 배변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 바로 다음날 점심부터 죽 식사를 시작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배변을 하고 복부가 조금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부풀어 올라 있었고, 속도 매우 안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빨리 죽을 먹을 수 있어야 빠른 회복을 기대 할 수 있고, 퇴원 시기도 정해지기 때문에 다음날 점심 때 첫 죽을 1/3 가량 꾸역꾸역 먹었던 것 같다.
당시에 속이 너무 더부룩하고 아프고, 계속된 화장실 방문으로 잠도 못자고 심신이 지쳐있어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죽을 소량이라도 먹어주면 장운동을 통해 소화된 음식물이 나머지 노폐물들을 밀어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었기에 어떻게든 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장이 정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나보다. 점심을 먹은 이 후부터 갑작스럽게 수술 이 후 한번 심하게 왔었던 전신의 열감과 오한이 다시 찾아왔고, 복부가 급속도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며 시작된 복통과 숨을 쉬기 곤란해질 정도의 호흡 곤란이 찾아왔다. 그렇게 간호사분이 다시금 주치의 선생님을 호출하게 되었고, 지도에 따라 호흡을 되찾고, 약물 투여를 통해 진정세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주치의님의 말씀으로는 x-ray 사진 상으로 아직까지 장에서 내보낼 노폐물이 상당히 많이 보이고, 첫 죽을 먹는 시기가 조금 이른 시점이었던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 후에 혹여나 수술 부위의 감염과 같은 우려에 대한 체크가 이루어졌고, 문제가 없다는 보고 이후에 다시 나에게 금식 조치가 내려졌다.
계속된 화장실행.. 그리고 첫 미음
그렇게 첫 죽 식사는 허무하게 끝이났고, 이 후로 계속 병실 내부 화장실을 반복해서 들어갔다.
이 증상은 첫 배변 이후 퇴원 2일전 저녁까지 밤낮 구분 없이 3~4일 동안 반복되었으며, 처음에는 화장실을 가는 빈도가 매우 높았지만 점차적으로 빈도가 줄어들었고 부풀어 올라있던 배가 조금씩 들어가고 더부룩한 증상이 조금 개선되었다. 화장실 방문 횟수로만 보자면 입원 중에 과장 없이 최소 100번은 넘는 것 같다.. 그 만큼 많은 노폐물을 정말 찔끔찔끔 아래로 뱉어냈다.
내가 입원한 기간 중에 대체공휴일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덕분에 병실에 새로운 환자가 없어 화장실 이용이 널널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4인실 병실이 꽉 찬 상태였다면 화장실 이용에 있어서도 자유롭지 못해 매우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첫 미음은 두번째 발작 이후로 이틀 뒤에 처음 먹게 되었다. 이전 기억들 때문에 미음 몇 숟갈 먹는 것이 두렵긴 했지만, 더이상 미루는 것은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미음을 먹고 나서는 큰 문제가 없었고, 바로 다음날부터는 죽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부푼 배가 가라앉게 되다
끊임없는 화장실행으로 심신이 지쳐 해탈할 때쯤, 점점 옅어진 느낌의 물설사가 몇 번 찾아왔고 입원 8일째 밤시간대부터 화장실 신호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게 되었다. 드디어 끝인가 속으로 생각했지만, 며칠전에도 잠깐 이런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후에 갑자기 많은 가스가 방출되었고, 그렇게 4일가량 나를 계속 밤낮없이 괴롭혔던 설사 증상은 사라지게 되었다.
이를 통해 수술 이후 첫 가스가 나온 이후에 배변은 긴 시간에 걸쳐 진한 녹색 > 옅은 녹색 > 가스 방출 순으로 이루어지며, 가스 방출 이후에는 설사 증상은 사라지고 장의 운동이 어느정도 회복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환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수술 이후에 정상 변이 나오기 전까지 필수로 겪어야 되는 사이클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도 계속된 복부 전범위에 통증은 많이 심한 상태였고, 식사 이 후에 생기는 상복부 통증, 더부룩함과 수술 절개면 부근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은 계속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피주머니 이슈
입원 8일차가 되던 시점에 수술 이 후부터 계속 내 복부에 박혀있었던 피주머니를 주치의 회진 이후 제거하게 되었는데, 제거를 하는 시점 판단은 피주머니 내에 피가 나오지 않는 시점(누런색 액체로 바뀌는 시점)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간호사분이 제거를 해주었는데, 연성 재질의 빨대같은 관을 몸속에서 뽑을 때 느낌이 이상하니 숨을 내뱉을 때 몸에서 빼낸다고 하셨다. 뽑을 때 느낌은 정말 몸에서 핏줄을 뽑는 것 마냥 끔찍했고, 소독 이 후 침상에서 일어서려고 하는 찰나에 문제가 발생했다.
일어서자마자 피주머니가 제거된 구멍에서 몸속에 정체되어있던 액체들이 수도꼭지를 약하게 틀어 놓은 것 마냥 줄줄 흐르는 것이다. 환자복이 순식간에 액체로 젖었고, 급하게 간호사분을 호출에 응급 조치했지만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해서 엄청나게 두껍게 환부 주위를 둘러 더이상 문제가 안생기게 끔 조치했다. 간호사분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였는데, 내가 의도한 부분은 1도 없었지만 여러가지로 내가 평범한 환자는 아니구나 싶었다.
입원 9일차, 퇴원일자가 정해지다
주치의님이 회진을 돌 때, 퇴원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고, 나는 병원에서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나머지는 집에서 회복하고 싶다는 입장을 말씀드렸다. 그렇게 이틀 뒤에 퇴원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고, 나의 총 입원 기간은 수술당일 포함해서 10박 11일이 되었다. 수술부위에 대한 실밥은 입원 9일차와 10일차에 걸쳐서 모두 제거를 했다.
나는 처음에 입원을 일주일정도만 하게 될 줄 알았다. 수술전에 담당 주치의님 그 정도의 입원기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인데, 내가 첫 죽을 먹는 시점에서 발작과 같은 문제가 생겼기에 입원 기간이 길어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설사 증상이 너무나 오래 지속되었기에 퇴원까지 증상이 없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다행히 이 부분에 대한 증상은 사라져서 안심이 많이 되었다.
퇴원과 회복
긴 입원생활을 뒤로 하고 퇴원을 했다. 퇴원 시점에 아직 남아있는 복부 통증과 음식물이 들어갈때마다 느껴지는 속쓰림과 통증, 그리고 절개 부위에 대한 통증이 남아 있지만 이 부분은 병원이 아닌 최대한 잘먹고 많은 걷기 운동으로 장운동을 빨리 회복해서 통증 개선을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술을 받기전 혈중 염증수치(CRP)는 30이었지만, 28에서 8 그리고 퇴원 이전에 마지막으로 한 피검사에서는 3.03이라는 수치로 상당히 많이 낮아진 상태가 되었다. 물론 정상수치에 비교해서는 높은 편이지만, 별도의 항생제 없이 회복이 가능한 수치라고 말씀해주셨다.
입원기간동안 많은 통증이 있었고, 회복 과정 중 몸의 계속된 열감으로 인해 많은 땀을 흘렸고, 화장실도 지칠정도로 정말 많이 갔다. 수액을 한참 맞고 있을 때 대소변에서 나는 약물 냄새도 은근히 나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인지 입원기간동안 내 몸무게는 7~8kg 가량 감량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아도 복막염 수술 후 입원 기간은 나에게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담당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대로 복막염이 그동안 너무 오래 방치되어 있었기에 통증이 남들보다 심했던 부분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퇴원 이 후 2주가량은 식사를 하고 난 이후 상복부쪽에 찌르는 통증이 간헐적으로 계속되었고, 충수돌기가 제거된 하복부 우측에 대한 통증은 퇴원 1주차가 지나면서 서서히 없어졌다. 수술 이전부터 집요하게 나를 힘들게 했던 감당하기 어려운 상복부 통증은 이렇게 수술 이후에도 꽤 오랜기간 동안 지속되었는데, 이 역시 오랫동안 내가 복막염을 방치했기 때문에 회복이 되는 기간도 길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빠른 장 운동 회복을 위한 노력
입원중에 있을때도 장 운동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었기에, 퇴원 이 후에는 새벽시간 또는 저녁 시간을 활용해서 최대한 내가 걸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걷기 운동을 매일 했다. 만보씩 걸었다는 여러 후기들도 봤는데, 나는 어느정도 걸었을 때 복부에서 통증이 올라왔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는 걷지 못했다.
퇴원 후 3일 동안은 죽만 먹었고 나중에 일반식을 먹을 때는 한동안은 소화가 잘되는 국 종류로 주로 섭취했으며, 항상 밥을 1/2 공기 이하로 먹었다. 이 기간 동안은 자극적인 음식은 무조건 자제했으며, 유산균이 들어있는 유제품도 한번 먹고나서 심하게 복통을 유발한 부분이 있어 그 이후로는 전혀 먹지 않았다.
역류성 식도염 문제가 생겨 내과에서 처방 받았던 제산제나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을 먹게 되었는데, 소화가 안되면서 복통이 조금 심해진 느낌이 들어서 복용을 바로 중단하기도 했다. 장운동 회복 기간 중에는 가능하면 수술한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제외하고 다른 약은 먹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퇴원 후 장 운동이 회복되는 최소 일주일간은 제산제, 위액 분비를 감소시키는 약, 소화제와 같은 약물과 유산균 음료의 복용은 복통을 유발할 수 있으니 섭취 자제하기
수술 후 혈압 문제 발생
복막염 수술을 하기 2~3주전 내과 진료를 보면서 혈압을 측정한 적이 있었다. 그 이전에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이나 위 내시경을 통해 내원하여 꾸준하게 내 혈압을 측정해서 내 혈압의 평균치는 알고 있었다. 수축기 기준 120mmHg후반대에서 130mmHg 초반대에 위치해있었는데, 이번 수술과 입원 중에 계속적으로 150mmHg가 넘는 고혈압 수치가 나와 매우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입원 당시에 복부 통증이 매우 심해서 마약성 진통제를 요청했을때 최대 혈압이 170mmHg 후반대까지 나왔었는데, 이는 당장 고혈압 약을 먹지 않으면 위험할 정도의 수치로, 추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한다.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 선생님의 마지막 회진에서도 고혈압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나는 수술 후 데미지나 약물에 의한 일시적인 고혈압이 아닌지에 대해 여쭤보았지만, 그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고, 추후에 외래 진료시에 몸이 회복되었을때도 혈압 수치가 높게 나오면, 곧바로 혈압약 복용을 시작해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갑작스럽게 고혈압이라는 문제를 가지게 되어 지금도 매우 당황스럽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내 몸 관리에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 퇴원을 하고 11일 후 외래 진료에서 혈압을 측정했을 땐 어느정도 수술 이전의 정상치로 돌아왔다. 퇴원 이후에도 계속 남아있었던 통증과 발열, 입원 중에 있었던 마약성 진통제와 같은 약물 투입, 타이레놀 복용과 같은 영향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보지만, 그냥 비 전문가의 추측일 뿐이다. 현재 내 몸의 상태에 감사하며 살아갈 예정이다.
저는 다소 늦은 시점에 복막염 수술을 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많은 고생을 했고 회복 기간도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같은 복막염이라도 제가 겪은 증상보다 경미하게 넘어간 케이스가 많을 것 같아요.
이 글을 보시는 복막염 환자분들과 보호자 분들께 회복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되고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